라틴어가 死語인데 공부할 필요가 있는지 문의하는 분들이 종종 계시기에' 지난 번 Q&A에 올린 답글을 인용합니다:
1) 우리말 단어에서 한자어가 차지하는 비율만큼' 또는 그보다 더 영어 단어에는 라틴어 파생어들이 들어있습니다. 예를 들어 computer(컴퓨터)라는 단어도 "계산하다"' "헤아리다"를 뜻하는 라틴어 computo에서 나왔답니다. 또 다른 예로 전자제품 중에 video(비디오)와 audio(오디오)는 각각 "내가 보고 있다"와 "내가 듣고 있다"를 뜻하는 라틴어 video와 audio를 철자 하나 안고치고 그대로 따다 붙인 이름입니다. 이런 예들을 모두 들자면' 아마도 영어 단어 갯수에 가까울 만큼 많을 것입니다. 사정이 이러하니 라틴어를 알면 영어 단어의 개념을 보다 확실히 이해할 것입니다.
예를 하나만 더 들면' 요즘 신문에 보면 "어젠다"(agenda)라는 단어가 종종 나오더군요. 보통은 "議題"라고 옮기는 것 같은데' 이 단어도 사실 라틴어입니다. 즉 "행하다"를 뜻하는 ago의 미래수동분사 또는 動形詞(gerundive)인 agendus -a -um의 중성 복수 주격(또는 대격) 형태인 agenda를 그대로 사용한 것인데' 이 라틴어 agenda를 직역하면 "the things which should be done"' 즉 "행해져야 할 일들"이라는 말이 됩니다. 그러나 라틴어를 모르고 agenda를 영한사전에서 풀이한 대로 단순히 議題' 즉 의논할 문제라는 식으로 외운다면 그 단어를 안다고 해도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컨텍스트는 극히 제한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2) 모든 서양 언어의 문법은 라틴어 문법의 기본틀을 이용한 것입니다. 따라서 라틴어 문법을 알면' 영문법뿐만 아니라 프랑스어나 독일어 문법을 잘 이해할 수 있고' 이는 결과적으로 독해력으로 이어지겠죠. 또한 단어의 개념을 정확히 파악하면 단어 구사력이 향상되는 것은 물론이니까' 에세이를 쓰는 데도 도움이 되지요.
3) 대부분의 사람들이 라틴어가 死語라고 하는데' 영어의 新造語들은 거의 모두 라틴어에서 길어올린 것들입니다. 뿐만 아니라 상품명도 라틴어가 없었으면 어찌했을지 걱정스럽군요. 예들 들면 "말"(馬)을 뜻하는 equus는 자동차 이름이고... 유럽과 미국의 대학들이나 주(state) 또는 단체가 내세우는 구호는 거의 모두 라틴어입니다. 예일 대학교 모토 "lux et veritas"(빛과 진리)' 옥스포드는 "Dominus illuminatio mea"(주님은 나의 빛). 그러고 보니 서울대학교 모토 veritas lux mea는 앞의 둘을 참조한 듯...(역시 창의성이 떨어집니다.)
폐일언하옵고' 영어를 공부하는 데 라틴어를 알면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외국인이 우리말 배울 때 한문을 알면 얼마나 도움이 될지 생각해보시면 잘 알 수 있을 것입니다.
|
|
